> 진행에 앞서
제대로 개발자가 되어 일하기 전, 아직 대학교 졸업을 하기 전에 SI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곳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한 가지가 바로 '개발자'라는 명칭에 대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프로그래머'라는 표현으로 알고 있던 직업이었는데, 물론 그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불리는 용어로서는 '개발자'라고 한다고 그곳에서 일하는 선배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개발자'라는 단어의 인식은 그 때부터 였던 것 같다.
이후로 개발자 직업을 갖게 되면서, '개발자'에 대한 생각은 나에게 대단히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개발자란 무엇일까?'
'개발자로 취업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해야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등등..
수많은 개발자에 대한 생각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것이다.
개발자의 커리어는 어떻게 쌓아가며, 각 개발자는 자신만의 생각이 축적되어 있을텐데, 그들의 생각이 궁금한 적이 많다.
그래서 책을 찾아보면서도 그런 책을 많이 보았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도 그런 류의 책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마이클 롭'이라는 개발자가 그의 길을 빗대어 한 생각을 책으로 담은 책이다.
> 책에 대한 간단한 정보
책의 표지는 기대보다는 조금 심심하다.
색이 단순하게 표현된 것은 좋지만, 그게 빨간색이어서 그런가 편안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개발자의 길이 편안한 길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본다면 잘 만든 것은 맞다. 이상이 아닌 현실판이다.)
개발자라면 단 한번이라도 실리콘밸리에서의 개발자 생활을 꿈꿔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부제로 표현된 '실리콘밸리 개발자'라는 표현은 흥미를 유발하기에 좋았다.
또한, 해외 이야기이기 때문에 국내와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 아쉬운 부분을, '국내 개발자 10인의 커리어 이야기를 수록'했다는 것으로 불안함을 줄일 수 있었다.
> 인상깊은 부분들
커리어를 선택하기 전 나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의 초반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나의 생각과 매우 일치하여 크게 공감이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커리어는 나 스스로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나 회사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개발자 생활 초반에 회사와 나를 동일한 개체로 인식하여 회사의 움직임에 나 스스로의 감정을 많이 대입하기도 하였다.
그런 결과 실망이 가득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이후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사실 '완전히'라는 표현은 생각에 불과하고, 감정은 아직 어느정도 남아있지만 이것은 나의 약함과 인간적인 모습때문이다.)
나는 나 하나로 회사이며, 나라는 회사와 현재 다니는 회사가 계약을 한 것에 불과하다.
나의 필요와 현재 회사의 필요가 만나 가치를 창출하는 중이며, 회사는 나의 전부가 아니기에,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회사와 나의 길이 크게 달라질 경우 회사도 나도 선택을 달리 할 수 있다. 물론 법이 정해둔 테두리 안에서 말이다.
그래서 커리어 관리는 개발자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고, 그것을 잘 할 수 있도록 여러 사례를 파악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면접을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의 생각을 아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그런 것이다.
그래서 긴장감이 생기게 된다. 그 긴장감을 줄이고 이기는 방법을 나타낸다.
모르는 무엇인가를 맞닥뜨리는 것은 항상 그렇다.
내가 지난 시간 많은 것들을 잘 해냈다 하더라도 그것을 꺼내어 잘 표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듯이, 회사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에게 매력을 잘 보여주는 자리가 면접 자리이다.
이것은 바로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면접에 대한 이야기이다.
면접을 다 통과한다 해서 이직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결정하게 되는데, 그것에 대한 내용이며 이직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이유에 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보상을 큰 이유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이 주는 효과는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일자리에 대한 느낌이 좋지 않더라도 괜찮은 보상이 왔을 때 그것을 좋은 일자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을 정말 즐겁게 해야 이후에 내가 가진 커리어를 더 가치있게 만들고, 그것이 다시 나의 보상을 높여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 책은 이렇게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지?
개발자는 코드만 작성하지 않는다.
긴 시간동안 개발자로 지내다보면 개발자의 커리어에 크거나 작거나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드시 관리를 할만한 상황은 오게 된다. 그런 관리를 상세히 나누어 리더, 해결사, 코치의 역할로 알려주고 있다.
본인의 개발자 커리어를 길게 본다면, 관리를 잘하는 방법도 주의깊게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엔지니어치고 개발자는 발표할 일이 더 많다.
새로간에 기술 공유하는 문화가 매우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 발전도 빠르기 때문에, 내가 새롭게 발견하거나 정리한 것이든, 다른사람이 정리한 것을 습득한 것이든, 여러 정보에 대해 발표할 일은 반드시 오게 된다.
그럴 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면 실패라고 느끼게 되며, 그 실패가 트라우마를 낳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정보를 전달하다보니 가능한 많은 슬라이드를 작성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아직 이런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렵고 막연한 부분인데, 이런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신중한 커리어 선택을 위한 질문을 크게 3가지를 던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 장의 내용은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다.
1. 스타트업과 대기업 중 어디서 일하고 싶나요?
2.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싶나요?
3. 관리자로 일하고 싶나요, 개발자로 일하고 싶나요?
이 외에도 몇 명과 함께 일하고 싶은지, 얼마나 일하고 싶은가, 얼마나 많은 책임을 질 것인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도 하게 된다.
이런 내용을 알려주는 것을 떠나서 이런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국내 개발자 10인의 커리어 이야기가 부록으로 담겨있다.
이 책이 번역본이기 때문에 사실 이런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국내와 국외의 어쩔수 없는 환경적인 차이로 오는 부분은 감안하고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부분은 과감히 수록하여 갭을 확 줄였다.
이 책의 저자 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 입장에서 커리어를 쌓았던 노하우들을 들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내용이다.
혹 궁금하다면 제목을 보고 흥미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여기에서 '운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한 것은 운7기3의 취업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담겨있었으며, 그 운을 올리기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 또한 매우 공감하였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매우 많았다.
더 넓은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면접시 마지막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매우 좋은 팁이다.
이런 것은 이미 이 시간을 많이 지내온 사람이 할 수 있는 선물과도 같은 팁이다.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이겠지만, 본인을 더욱 높은 커리어를 향해 내던지고 싶다면 귀담아 들을만하다.
1:1 멘토링하듯 알려주는 노하우라는 말이 와 닿았다.
나 역시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멘토링을 해오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했던 말들이 여기에 사이사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강조하는 바가 잘 적혀있으나, 그렇게 잘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 괜찮은 부분
1. 책 주제와 내용이 괜찮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일반화가 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다른 전통적인 직업에 비하면 매우 신생 직업이다. 더군다나 개발자라는 카테고리로 크게 묶어서 보았을 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백엔드 개발자니, 데이터 분석가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이니 등 이런 묶음의 기준으로 보면 개발자는 신생직업이 분명하다. 그런만큼 다른직종에 비해 이 직종은 장인으로 분류될만한 개발자도 흔치는 않다. 그런 시니어 개발자들이 많지도 않은 것도 분명하다. 이런 환경에서 개발자에게 커리어를 어떻게 하면 잘 쌓아갈 수 있는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귀하다고 생각한다.
2. 국내의 환경과 갭을 줄인 책이다.
실리콘밸리 개발자가 저술한 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갭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도 잠시 뿐이었고, 책을 읽다보면 그런 걱정은 사라지게 된다. 생각보다 국내에서도 느낄 수 있던 부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자라는 직업은 글로벌화 되어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생각이 들지만, 저자 또한 너무 실리콘밸리 환경에 국한되지 않도록 책을 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내 개발자의 이야기를 수록한 것도 그러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한빛미디어에서 이 책을 단순히 번역본이 아닌 실제 도움이 되는 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 아쉬운 부분
1. 핸드북치고는 다소 두꺼운 구성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 핸드북 삼아서 가방에 가지고 다녀보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책의 페이지는 500페이지가 넘을 뿐만 아니라 책 크기도 작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우 크거나 매우 두껍지는 않지만 핸드북이라고 말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책의 내용이 매우 알차기 때문에 이정도의 내용이 필요했다는 것은 인정하나, 어찌되었든 두께는 책의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2. 다소 투박한 책의 디자인이 아쉽다.
붉은 색과 검정색만으로 이루어진 앞뒷표지를 보면, 개발자의 커리어를 위한 책이라는 느낌이 바로 와 닿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서점에서 쉽게 손이 가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내부의 구성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찾는 책의 내용이 어느부분에 위치하는지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아주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내용이 돋보이거나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될만한 부분에서 조금만 더 흥미를 유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 추천 독자
- 개발자(주니어, 시니어 관계없이)
-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 준비생
> 개인적인 평점
- 가격: 8 / 10
- 내용: 9 / 10
- 디자인: 6 / 10
- 구성: 7 / 10
> 정보
저자: 마이클 롭
옮긴이: 박수현, 고유준, 남무현
출판사: 한빛미디어
가격: 32,000원
전체 페이지: 563페이지
**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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